주인공들의 대화보다 더 강렬했던 건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혀를 내밀며 장난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졌지만, 곧이어 베이지 조끼를 입은 아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우리 아기들은 아빠를 몰라요 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그 시선이 너무도 순수해서 오히려 아프다. 넷쇼트 에서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재미가 쏠하다.
하늘색 오프더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표정 변화가 정말 섬세하게 묘사됐다. 처음엔 당당하게 손가락질하며 뭔가를 주장하더니, 할머니가 등장하자마자 눈빛이 흔들리고 입술을 깨물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팔찌를 만지작거리는 작은 동작에서 그녀의 내면 갈등이 드러난다. 우리 아기들은 아빠를 몰라요 라는 상황에서 그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초조해하는지 궁금증이 계속 생긴다. 연기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파란 정장에 진주 목걸이를 매치한 할머니의 스타일링이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상징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선글라스를 쓰고 위압적으로 등장했지만, 실내로 들어오자 선글라스를 벗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과 손을 잡는다. 이 변화가 바로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 같았다. 우리 아기들은 아빠를 몰라요 라는 주제와 연결지어 보면, 할머니야말로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미소 뒤에 숨겨진 과거가 궁금해진다.
갈색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입은 남자는 거의 대사가 없는데도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다. 하늘색 드레스 여자의 팔을 잡은 채로 서 있지만, 눈빛은 계속 꽃무늬 원피스 여자와 아이들을 향해 있다. 특히 할머니가 등장했을 때 그의 얼굴에 스친 당혹감이 모든 걸 말해준다. 우리 아기들은 아빠를 몰라요 라는 제목이 그의 입에서 나올 때쯤엔 이미 관객들도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말없는 연기가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그 미소가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다. 할머니와 손을 잡을 때의 미소, 아이들을 바라볼 때의 미소, 그리고 갈색 재킷 남자를 바라볼 때의 미소는 모두 다르다. 우리 아기들은 아빠를 몰라요 라는 상황에서 그녀가 얼마나 많은 것을 참아내고 있는지, 그 미소 뒤에 숨겨진 눈물을 상상하게 만든다. 넷쇼트 에서 이런 세밀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