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네온 사인 거리를 지나 폐허가 된 평화병원으로 향하는 세 사람의 발걸음이 심상치 않다. 특히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의 표정 변화가 소름 끼치는데, 처음엔 진지하다가 갑자기 광기 어린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 덕후의 현실 레이드 같은 전개를 예상하게 된다. 병원 내부의 녹색 조명과 낡은 의료 기기들이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병원 복도에서 마주친 좀비화 된 의사의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다. 해골 같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손을 내미는 장면은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 앞에서 공포에 질린 청년의 반응이 리얼해서 몰입감이 대단하다. 덕후의 현실 레이드 에서도 이런 긴장감 넘치는 대결 구도를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생존을 건 사투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회색 후드티를 입은 소년과 금발 소녀, 그리고 리더 격인 셔츠 남자의 관계가 흥미롭다. 소년은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소녀는 추위에 떨며 경계하는데, 셔츠 남자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이들을 이끈다. 덕후의 현실 레이드 에서 보던 팀워크와는 다르게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듯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초반부의 비 내리는 사이버펑크 도시 배경에서 후반부의 음산한 병원 호러로 장르가 전환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네온 사인이 비치는 젖은 거리와 대비되는 병원 내부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훌륭하다. 덕후의 현실 레이드 처럼 다양한 장르 요소를 섞어내면서도 스토리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 몰입도가 높다.
좀비 의사가 손에서 뿜어내는 초록색 에너지 빔이 인상적이다.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이 공격에 맞은 청년이 날아가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에서 타격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 덕후의 현실 레이드 에서도 마법이나 초능력이 나오지만, 여기서는 좀 더 다크하고 위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