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옷을 입은 남자는 딸을 아낀다고 하지만, 정작 딸이 모욕당할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린다. 봉황이 깃드는 곳 의 이 장면은 가부장적 권위가 어떻게 가족을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웃으면서 다른 여인을 치켜세우지만, 정작 자신의 딸이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는 외면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이렇게 무섭다.
흰색 부채를 든 남자는 겉으로는 점잖은 척하지만, 그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다. 봉황이 깃드는 곳 에서 그는 상황을 관조하는 척하며 오히려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한다. 부채를 펴고 접는 행동 하나하나가 계산된 연기처럼 보인다. 그는 누구 편도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가장 교활하게 상황을 이용하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분홍색 한복을 입은 여인의 미소는 승리의 미소다. 봉황이 깃드는 곳 에서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연두색 옷을 입은 여인이 바닥에 엎드려 있을 때, 그녀는 당당하게 서서 그 모습을 내려다본다. 이 대비되는 구도가 얼마나 잔인한지. 권력 게임에서 이긴 자의 여유와 패자의 비참함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마지막에 바닥에 떨어진 옥패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봉황이 깃드는 곳 에서 이 옥패는 여인의 신분과 자존심을 상징한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는 그녀의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와 같다.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진 옥패를 클로즈업할 때, 관객은 그 파편 하나하나에 담긴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장면이 펼쳐지는 정원은 화려하지만 차갑다. 봉황이 깃드는 곳 의 배경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치열한 감정 싸움이 벌어진다. 붉은색 장식들은 축제를 연상시키지만, 정작 주인공들에게는 저주처럼 느껴진다. 배경과 인물의 감정이 정반대로 작용할 때 드라마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